제121장

날이 흐려 땅거미가 일찍 내렸다.

머리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이내 비가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서윤은 눈을 떴다. 끝없이 펼쳐진 먹빛 녹색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거대하고 고요하며, 기이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끝없는 먹빛 녹색의 늪과 같았다.

그녀는 넓고 차가운 촉수 위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창백하고 잘생긴 청년이 그녀 곁에 앉아 있었다. 그의 두 눈은 초점을 잃어 마치 영혼을 빼앗긴 인형 같았고, 하반신은 녹색 속에 잠겨 있었다.

하서윤은 밖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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